인터뷰 인공지능 보편화 3년, KSA의 일상을 바꾸다
2022년 ChatGPT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KSA)의 학업 및 연구 환경은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단순한 데이터 정리부터 R&E(연구과제) 및 개인 연구를 위한 복잡한 전산 코딩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우리는 AI를 '잘' 쓰고 있을까?
1025 |25학번 손다빈, 김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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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ChatGPT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KSA)의 학업 및 연구 환경은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단순한 데이터 정리부터 R&E(연구과제) 및 개인 연구를 위한 복잡한 전산 코딩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토론의 공동 진행을 맡은 손다빈 기자와 김성원 기자의 원활한 진행 아래 허우진 학생, 주하영 학생, 최재영 학생 등 3인의 학우가 현장에서 느끼는 AI의 가치와 부작용을 생생한 인터뷰 형식으로 전해드립니다.
1. 심화된 연구 및 학습에서의 AI 활용 꿀팁
손다빈 기자: AI가 보편화된 이후 삶이 더 불편해졌는지 편해졌는지, 실제 학교생활 속에서 경험한 구체적인 예시나 일화가 있다면 자유롭게 대화를 시작해 주세요.
주하영 학생: 저는 주로 단순화된 작업이나 방대한 자료를 정리할 때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많이 씁니다. 원본 데이터를 제미나이에 넣으면 알아서 구글 스프레드로 깔끔하게 가공해 줍니다. 특히 R&E를 할 때 코딩할 일이 정말 많은데 AI에게 시키면 매우 편리합니다. 일례로 저는 생물학 공부를 할 때 PDF 파일을 챕터별로 분절해서 입력한 뒤 '이 내용 안에서만 예상 문제를 출제해달라'고 요청하여 맞춤형 가상 튜터(Gems)를 만들어 학습에 활용한 일화가 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손다빈 기자: 자료 가공이나 코딩에 AI를 녹여낸 유용한 일화군요. 허우진 학생은 어떤 구체적인 활용 경험이 있으신가요?
허우진 학생: 저는 최근에 일반 물리 실험을 하면서 인공지능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 있습니다. 채워야 하는 표가 한 60개 정도 되거나 엄청나게 많은 계산을 요구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역학적 에너지 보존이나 운동량 보존을 쓰는 물리 모델링 공식을 바탕으로 코드를 만들어 계산을 돌렸습니다. 인간이 하면 실수가 잦은 유효숫자 처리까지 완벽하게 맞춰 정확한 결과 값을 도출해 주므로 불필요한 반복 계산 과정을 줄여주어 굉장히 효율적이었습니다.
김성원 기자: 60회가 넘는 대량의 실험 데이터를 코드화하여 효율을 높인 흥미로운 일화였습니다. 최재영 학생은 평소 어떤 방식을 주로 활용하시나요?
최재영 학생: 저는 다른 분야와 융합 연구를 하거나 팀 프로젝트를 할 때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부분을 꼽고 싶습니다. 서로 선호하는 전문 분야가 다른 학생들이 모여 팀을 이룰 때, 상대방의 전문성만큼 지식을 동시에 다 갖추기는 불가능하지만, AI를 통해서 서로 소통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 줍니다.
2. 무분별한 AI 의존이 가져온 한계점과 부작용
김성원 기자: 편리함이 큰 만큼 반대로 기술을 사용하면서 겪은 한계나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까요? 어떤 경험들이 있으셨나요?
허우진 학생: 저는 학습의 깊이가 얕아지고 휘발성이 강해진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인공지능이 출력하는 글은 따로 지정해 주지 않는 한 답변의 길이가 거의 일정하고 항상 '서론-본론 리스트-결론'이라는 고정된 구조의 뼈대를 가집니다. 책을 정독하고 하나하나 직접 써가면서 긴 호흡으로 습득해야 하는 수학 등의 학문에서 단편적인 요약문 구조에 의존하다 보면 지식이 머릿속에 잘 남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하영 학생: 저도 데이터가 많이 없는 영역에서의 한계를 체감했습니다. AI는 어쨌든 오픈 소스에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AI를 쓰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없는 기능을 마치 있는 것처럼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 때문에 일의 능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최재영 학생: 맞습니다. 갈수록 학생들이 AI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나중에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무조건적인 '과의존'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고 봅니다. 현재 AI를 쓰면 중간 과정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도 겉보기에 훌륭한 결과물이 뚝딱 도출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 성과에 취해 스스로 배우고 탐구하는 과정을 생략해 버리면, 장기적으로 본인의 진짜 역량을 망치고 기술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3. KSA가 나아갈 방향: 단순 규제를 넘어선 진화
손다빈 기자: 그렇다면 우리 KSA 구성원들과 학교 시스템이 이 변화의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기 위해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요?
최재영 학생: 학교 측에서 과제 설계와 안내 방식을 개편해야 합니다. 행정적·학문적 성향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학교 전체에 일률적이고 통일된 매뉴얼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각 학부별, 과목별 특색에 맞춰 담당 선생님들께서 '실라버스(강의계획서)' 등에 자기가 AI 활용을 어떻게 검수하는지, 혹은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을 권장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간단하게 게재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허우진 학생: 결과물 도출이 목적인 '성과'의 영역과, 사고력 향상이 목적인 '교육'의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번에 학교에 오셨던 03학번 졸업생 선배님의 조언처럼, 선배들이 과거 인공지능이 없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일일이 보고서를 직접 다 써본 경험이 자산으로 쌓였기 때문에 지금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우리는 의식적으로 AI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하영 학생: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의 연구자 마인드셋과 윤리 의식입니다. AI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보고서에 AI 문장을 그대로 쓰는 것은 엄연한 연구 윤리 위반입니다. AI는 어디까지나 조언을 주는 요소일 뿐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만약 참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AI를 활용했다면, AI 내용을 읽고 숙지한 뒤에 반드시 그 AI 창을 컴퓨터에서 완전히 닫으십시오. 그리고 오직 자신의 머릿속에서 재정리된 자기만의 논리와 언어로 글을 새로 써 내려가야 떳떳하고 주도적인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김성원 기자: 학우 여러분의 깊이 있는 제언 감사드립니다. 오늘 나눈 다양한 의견들이 교내 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한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취재 후기 및 제언
이번 기획 토론을 통해 한과영인들이 AI라는 거대한 도구를 어떻게 주도적으로 다루고 있는지, 동시에 어떤 학문적 깊이의 한계를 경계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학생들의 목소리처럼 이제는 기술을 맹목적으로 소거하기보다 '성과와 교육의 엄밀한 분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최재영 학생의 의견처럼 과목별 강의계획서(실라버스)에 명확한 활용 범위를 명시해 윤리적 회색지대를 없애주어야 하며, 학생들은 주하영 학생과 허우진 학생의 제언처럼 참고 후 AI 창을 완전히 닫고 스스로의 논리를 전개하는 자율적 규제와 연구자적 마인드를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연산 능력에 KSA 고유의 비판적 탐구 정신이 결합할 때, 우리는 기술에 대체당하지 않고 기술을 이끄는 미래의 진정한 과학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