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 인공지능 보편화 3년, 서울과학고의 일상을 바꾸다

2022년 ChatGPT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대한민국 과학 영재 교육의 중심에 있는 서울과학고등학교의 학업과 연구 환경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단순한 자료 정리부터 R&E(연구과제)를 위한 복잡한 코딩까지,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우리는 AI를 '잘' 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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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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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ChatGPT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대한민국 과학 영재 교육의 중심에 있는 서울과학고등학교의 학업과 연구 환경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단순한 자료 정리부터 R&E(연구과제)를 위한 복잡한 코딩까지,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려운 문제를 며칠간 고민해서 풀었을 때의 쾌감과 AI에게 5초 만에 답을 얻었을 때의 편리함이 충돌하는 지금, 미래의 과학 인재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조현준 기자의 진행 아래, AI를 사고 점검 도구로 쓰는 조승현 학생, 맥락 이해에서 인간만의 답을 찾는 익명1 학생, 기술과의 주도적 협업을 강조하는 익명2 학생 등 3인의 서울과학고 학우를 만나 현장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효율성과 학문적 성장 사이의 선택 

질문 : 어려운 문제를 며칠간 고민해서 풀었을 때의 쾌감과 AI에게 5초 만에 답을 얻었을 때의 편리함 중,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필요한 경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익명1의 답변 : 

그 문제가 무엇인지, 결국은 문제를 푸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단순히 ‘알아야 할 게 많아서’ 어려운 것이라면 AI를 사용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납득 가능한 타당한 답을 도출하는 것이 AI를 다루는 능력의 향상이나 효율 측면에서 더 필요한 것 같고, 좁은 이론들을 배우려고 한다는 가정 하에 그와 관련되어 ‘아이디어를 내야 해서’ 어려운 것이라면 혼자 푸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문제는 빠르고 정확하게 풀기만 하면 그 방법은 상관없으나, 이론을 ‘학습’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혼자 푸는 것이 훨씬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익명2의 답변 : 

어려운 문제를 며칠간 고민해서 풀었을 때의 쾌감이 물론 중요합니다. 미래에 어려운 문제에 맞딱트렸을 때 자기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래 시대에는 많은 분야에서 AI와 협업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AI와 협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5초 만에 답을 얻는 것이 아닌, 인간의 아이디어나 창의성과 AI의 임무 수행 능력을 결합하여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승현 학생의 답변 : 

장기적으로 저에게 더 필요한 경험은 어려운 문제를 며칠간 고민해서 스스로 풀어내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빠르게 답을 알려주는 것은 분명 편리하지만, 그 답이 왜 나오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제 실력이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학이나 수학 문제를 오래 붙잡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자라고, 실패한 풀이를 다시 검토하면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AI의 도움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저는 먼저 충분히 고민한 뒤 제 생각을 점검하는 도구로 AI를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AI는 항상 정답 또는 지름길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실패하는 과정도 공부인데, AI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익명1의 답변 : 

제대로 실패한 경험을 못 가집니다. 서울과학고등학교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과제의 지연제출 감점을 피하기 위해 급하면 AI의 도움을 받아 낮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제출합니다. 결국 진정으로 실패하고 본인에게서 문제점을 찾는 과정이 생략되었으니,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익명2의 답변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AI에게 물어보고 풀이를 베껴쓰게 된다면, 실패 과정을 통한 배움과 능력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적당한 방법으로 AI를 공부에 활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승현 학생의 답변 : 

AI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틀려보는 과정에서 생기는 깊은 이해와 자기만의 사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풀다가 막히고, 잘못된 가설을 세우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AI가 바로 정답을 제시하면 우리는 실패를 겪기 전에 답을 받아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는 힘보다는 답을 소비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과학 공부에서는 실패한 실험이나 틀린 풀이 속에서 새로운 질문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AI의 편리함만 따라가다 보면 탐구 과정에서 얻는 끈기, 직관, 시행착오의 가치를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AI에게 질문을 던질 때, 본인이 지키는 본인만의 철칙이 있나요?

익명1의 답변 :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혼자 판단하게 하지 않도록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면서 답변하라고 합니다.

익명2의 답변 : 

저는 AI에게 문제의 풀이를 단순히 알려달라고 하지 않고, 힌트 위주로 알려달라고 하는 등으로 공부에 AI를 활용합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AI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도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AI를 사용합니다.

조승현 학생의 답변 : 

제가 AI에게 질문할 때 지키고 싶은 철칙은 먼저 제 생각을 세운 뒤 질문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답을 알려줘”라고 묻기보다는, 제가 생각한 풀이 방향이나 주장, 막힌 지점을 먼저 정리한 뒤 “이 부분이 논리적으로 맞는지”, “다른 관점은 없는지”를 묻는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AI의 답을 그대로 믿지 않고, 중요한 내용은 교과서나 자료를 통해 다시 확인하려고 합니다. AI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최종 판단까지 대신 맡기면 제 사고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정답 제조기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점검하고 확장하는 토론 상대처럼 활용하고 싶습니다.


2. 노력의 가치와 평가 문제

질문 : 만약 내가 밤새워 쓴 보고서보다 친구가 AI로 10분 만에 다듬은 보고서가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본인도 친구를 따라할 의향이 있습니까?(또는 정직한 노력과 기술적 효율 중 무엇을 선택 할것인가요?)

익명1의 답변 : 

똑같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AI들 중 몇몇은 근거를 기반으로 행동하고 답변합니다. 좋은 보고서 점수를 받은 데에는 체계적인 목차 및 내용 구성과 좋은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학교에서 진행하는 보고서 작성에 대한 평가는 나를 위한 것이지 AI에게 학습시켜 그 모델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의 본분과 경험을 생각했을 때, 밤을 새워 가면서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은 보고서 작성 능력 너머의 것들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익명2의 답변 : 

네, 따라할 의향이 있습니다. AI로 다듬는 것 또한 읽기 좋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보고서 과제의 목적은 읽기 좋은 보고서를 적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고, AI를 활용하는 것 또한 그 목적에 달성하기 위한 방법들 중 하나이므로, AI 활용여부만 표시한다면 AI를 활용하는 것이 정직하지 않은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승현 학생의 답변 : 

저는 단순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AI가 대신 만들어준 보고서를 그대로 제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친구의 결과가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억울하고 흔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의 목적은 좋은 문장을 제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주제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직한 노력을 바탕으로 하되, AI는 문장 표현을 점검하거나 빠진 논리를 확인하는 보조 도구로만 사용하고 싶습니다. 기술적 효율도 중요하지만, 제 생각이 빠진 결과물은 결국 저의 실력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질문 : 밤새 고생해서 과제를 제출했는데 선생님들이 AI 사용 여부를 의심할 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억울함을 방지하기 위해 나의 순수 창작물임을 증명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익명1의 답변 : 

어쩔 수 없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워터마크 등의 표지가 없는 이상 AI를 썼는지 쓰지 않았는지 정확하게 검증할 방법이 현재로써는 딱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는 AI 사용 여부 의심으로 인한 감점이 없어, 딱히 사용해오는 방법은 없습니다.

익명2의 답변 : 

그러한 경우 억울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 나의 순수 창작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AI로 생성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내가 나만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과제물을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승현 학생의 답변 : 

제가 직접 밤새 고민하며 쓴 과제를 AI로 작성한 것처럼 의심받는다면 매우 억울하고 속상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깊이 고민해서 쓴 문장이나 표현이 오히려 잘 정리되어 있다는 이유로 의심받는다면 노력 자체가 부정당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순수 창작물임을 증명하기 위해 초안, 수정 과정, 참고 자료, 메모, 탐구 과정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떠올린 질문, 중간에 바꾼 문장, 실패한 아이디어까지 기록해두면 그 글이 단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제 사고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발표나 질문을 통해 제가 쓴 내용을 직접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3. 인간만의 지적 경쟁력과 학교 규정의 미래 

질문 : AI가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본인만의 '지적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익명1의 답변 : 

AI는 대부분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짜집기합니다. 물론 예술은 모방에서 온다고 하지만, 짜집기한 것들이 실제로 세상에 필요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단순히 장점들만을 끌어오며, 막상 추궁하면 구체적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환각의 종류입니다.) 그에 반해 사람은 ‘자연’ 안에서 다양한 문제 상황의 맥락과 문제점을 더욱 더 실감나게 고려할 수 있으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시작점을 잘 잡아낼 수 있습니다. 제 경우 구체적인 것들보다는 초기 아이디어, 또는 초안 정도는 AI의 도움 없이 생각해보고 뼈대가 잡히면 AI와 대화를 나누며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익명2의 답변 : 

저만의 지적 경쟁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면, 고급물리학2 수행평가로 발명품 만들기가 있었는데, 저는 아이디어 구상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가 수업을 들으면서 실제로 생각한 아이디어를 통해 발명품 아이디어를 정했고, 구체화 과정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AI를 통해 추천받은 발명품 아이디어보다 훨씬 창의적인 발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조승현 학생의 답변 :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저만의 지적 경쟁력은 익숙한 현상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고, 그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탐구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상 속 자연 현상이나 과학 원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왜 그럴까?”, “다른 방식으로 응용할 수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생체모방공학에 관심을 가지며 도마뱀의 접착 원리, 흰개미집의 환기 구조처럼 자연 속 원리를 기술로 연결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AI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지만, 어떤 현상에 마음이 움직이고 그것을 자기만의 문제로 삼아 집요하게 탐구하는 태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 학교에서 강력한  AI 제재 중심의 규정을 만든다면, 그것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저해할까요, 아니면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도울까요?

익명1의 답변 :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없앨 수 없는 도구이고, 잘만 사용한다면 메리트가 매우 높으며, 사회에 나가 적응하려면 모두 AI의 존재와 사용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가르쳐줄 만한 마땅한 곳은 의무교육 체제인 학교밖에 없습니다. 

익명2의 답변 : 

학생들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AI 시대에 학생들을 뒤쳐지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자기 힘만으로 노력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에는 AI와 같은 기술들을 활용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그러한 능력 또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승현 학생의 답변 : 

저는 학교에서 AI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서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를 완전히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앞으로 사회에서도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AI가 과제를 대신 작성하거나 자신의 생각 없이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은 분명히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교는 AI 사용 여부를 숨기는 분위기를 만들기보다, 어느 부분에 AI를 사용했는지 밝히게 하고, 학생이 직접 고민한 과정과 최종 이해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강력한 금지보다 정직한 사용 기준과 과정 중심 평가가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취재 후기 및 제언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서울과학고 학생들이 AI라는 도구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다루고 있는지, 동시에 편리함 뒤에 숨은 학문적 깊이의 한계를 얼마나 날카롭게 경계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설곽인들이 정의한 인간의 지적 경쟁력은 정보 나열 능력이 아니었다. 실제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는 힘(익명1)과 새로운 질문을 발견해 집요하게 탐구하는 태도(조승현)야말로 진짜 무기였다. 학생들은 5초 만에 나오는 답 때문에 실패할 기회를 놓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고, 오히려 AI를 토론 상대로 삼는 성숙함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의 목소리처럼 학교의 역할은 단순한 금지에 머물러선 안 된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도구이며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야 할 곳은 학교다. 무조건 막는 것은 창의성을 죽이고 미래 사회에서 뒤처지게 만들 뿐이다.

결국 서울과학고가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의 효율성을 인정하되 결과물 뒤에 숨은 학생의 주도적 사유를 평가하는 과정 중심 평가가 필요하다. 과제 초안과 수정 과정을 기록해 증명하는 연구 윤리를 세우고, 학교는 정직한 사용 기준을 주어야 한다. AI의 연산 능력에 서울과학고 고유의 비판적 탐구 정신과 끈기가 합쳐질 때, 우리는 기술에 대체되지 않고 기술을 이끄는 과학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